2023년, 단 한 곳으로의 해외여행이 허락된다면 고민할 것 없이 스페인을 가야 한다. 유럽 내 최고 인기 여행지로 통하는 스페인이 피카소 때문에 또 한 번 들썩이고 있다. 2023년은 스페인 태생의 파블로 피카소(1881~1973)가 서거한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해 입체파 회화, 판화, 일러스트, 드로잉, 도예 등을 넘나드는 예술 전시 및 이벤트가 스페인 전역에서 진행된다. 작가의 고향인 말라가부터 마드리드, 그가 영감을 얻어 작품 활동을 했던 코루냐, 바르셀로나, 빌바오 등 여러 도시에서 피카소의 향연이 펼쳐질 전망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스페인이 무려 47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볼거리가 다채롭다는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바르셀로나는 '가우디로 시작해 가우디로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가 남긴 천재적인 창의력이 곳곳에 남아 도시를 빛내고 있다.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초기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레이알 광장, 카탈라냐 음악당, 구엘공원,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 카사 비엔스, 사그라다 파밀리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빛나는 산 파우 병원, 기암괴석 속에 세워진 카탈루냐의 성지 몬세라트 등 도시 전체가 '가우디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르셀로나와 함께 스페인의 쌍두마차 격인 마드리드는 세계 3대 미술관으로 통하는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 국왕의 공식 거처이자 왕실의 상징인 마드리드 왕궁, 활기찬 분위기의 마요르 광장과 솔 광장, 시민들의 휴식처인 레티로 공원 알깔라문 등을 품고 있다. 톨레도는 한때 로마제국의 도시였고 무어인들에 의해 이슬람 왕조가 들어서기도 했던 이색적인 도시다.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 여러 종교유적이 공존하며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인근한 라만차 지방에는 '돈키호테'의 배경이 된 하얀 밀가루 풍차를 볼 수 있는 콘수에그라도 있다. 또한 그라나다는 무어인들이 스페인에 항복할 때까지 아랍문화의 중심이었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을 꼽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알함브라 궁전이다. 붉은 철이 함유된 흙으로 지어져 '붉은 성'을 뜻하는 알함브라는 알카사바 요새,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나스르 궁, 그라나다 왕의 여름 별궁이었던 헤네랄리페 정원, 카를로스 5세 궁전, 산타 마리아 성당, 프란치스코회 수도원을 모두 일컫는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스페인의 속살을 드러내는 도시는 세비야라고 말하고 싶다. 카르멘과 돈주앙의 고향,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의 무대가 된 세비야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번창했으며, 15세기 말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면서 무역의 기지인 항구도시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 중심은 세비야 대성당! 유럽을 여행할 때 흔히 마주하는 것이 성당이지만, 세비야 성당은 남다르다. 이슬람 사원 위에 지어진 성당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까지 더해져 복합적인 아름다움을 뽐낸다. 그뿐만 아니라 세비야는 투우와 플라멩코의 본고장으로 밤에도 떠들썩하고 활기가 넘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