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선율, 박신혜처럼 예쁘게 들려드릴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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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Focus Spain | 작성일 | 19-02-22 18:29 | ||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34)의 별명은 '작은 거인'이다. 키 152㎝인 그가 악기를 둘러메고 앞서 걸으면 거북이 등딱지처럼 상체를 뒤덮은 케이스 아래로 다리만 겨우 보인다. 그러나 국제 콩쿠르에서 아홉 번 우승을 휩쓴 실력은 '엄지 척'. 2007년 독일 하인스베르크 콩쿠르 1등을 비롯해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콩쿠르를 석권했고, 2012년 세계적 권위의 스페인 알람브라 콩쿠르에서 1위와 청중상을 받았다.
그가 다음 달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박규희의 스페인 기타 여행'을 떠난다. 최근 동명의 드라마에서 배우 박신혜가 연주해 화제가 된 '알함브라(스페인어 표기법으론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과 알베니즈의 '카탈루니아 기상곡' 등 스페인 기타 명곡들을 한자리에 모은다. 박규희는 "태어난 지 100년 된 클래식 기타는 사람들 말하는 소리와 데시벨(㏈)이 비슷해 온종일 들어도 시끄럽지 않다"며 "스페인 음악은 격정적이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친구에게 들려주는 소품처럼 온화한 맛이 있다"고 했다. 세 살 때 엄마가 취미로 기타를 배우는 데 따라가 처음 악기를 만졌다. 다섯 살 때 이미 하루 서너 시간씩 연습했고, 도쿄음대에 입학한 스무 살 이후론 하루 열세 시간씩 기타를 잡았다. 2006년 기타 명문인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로 유학 가 기타 명인 알바로 피에리에게 배웠다. 뉴욕 카네기홀(와일홀)에 데뷔했고, 도쿄 산토리홀에도 두 차례 섰다. "먹고 자고 씻을 때 빼면 기타를 놓지 않았더니" 왼손 새끼손가락은 바깥쪽으로 아예 휘어버렸다. 딱딱한 쇠줄인 통기타와 달리 클래식 기타 줄은 나일론이다. 손톱으로 바로 퉁길 수 있고, 음색도 따뜻하다. 다만 너무 예민해 손톱에 흠집만 나도 잡음이 생긴다. 그래서 박규희의 오른손 엄지 손톱엔 늘 본드칠이 돼 있다. "낚싯줄용 강력 본드를 립스틱처럼 넣어 다녀요." 서울에서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 아는 곡 같아서 일부러 피했는데, 아는 후배가 드라마에서 대역 연주를 했어요. 되게 예쁘던데요. 저희는 아름다운 의상을 입지도 않고, 악기를 고정하느라 다리는 쩍 벌려야 하고, 하하!"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단편 '깊이에의 강요'를 뜻깊게 읽었다. 유망한 젊은 예술가가 '당신 작품엔 깊이가 없다'는 평을 듣고 '깊이'를 찾으려 애쓰다 자살하는 이야기다. "도대체 그 '깊이'란 뭘까요? 저도 한때 '어려서 깊이가 없다'는 말에 와르르 무너진 적 있어요. 지극히 주관적인 비평 단 한마디로 늪에 빠진 거죠."
"그래서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했다. "다양한 감정을 내 안에 쌓기 위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감정의 서랍을 많이 만들어 놓으려고요. 30대가 되니, 대가들의 '사랑해라. 지금 이 공기를 느껴라. 눈을 감고 살아 있는 느낌을 만끽하라'는 조언을 알 것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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